향수 전문 작가 닉 카벨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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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전문 작가 닉 카벨의 사색

제가 프레그런스에 이토록 빠지게 된 것은 아버지 때문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어릴 적 출장을 자주 다니시던 아버지가 몇 주 후 집에 돌아오시면, 남성들을 위한 당대의 '인기 향수'를 담은 작은 샘플용 향수 세트를 선물로 주시곤 했죠. 이후 수 년 간 향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게 된 저로서는, 90년대에 유행하던 크고 굵직한 남성용 향수를 통해 향에 대한 감각을 일깨울 수 있었던 것이 여러모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만 해도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샤프한 수트핏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인상적인 턱 선을 자랑하는 남성들을 내세운 거창하고 대담한, 그리고 많은 예산을 들인 광고 캠페인이 주를 이루었죠.

신체적인 능력과 힘을 강조하며 완벽하게 세팅된 머리로 완성되는 이러한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따뜻한 머스크, 시트러스 그리고 풍성한 우디 계열의 향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남성을 위한 대다수의 주류 향수의 원료만 보더라도, 남성의 향은 '이래야만 한다'라는 관념이 오늘날까지도 지속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계열의 향, 특히 플로랄과 과일 향 같은 경우 언젠가부터 자세히 볼 것도 없이 암묵적으로 '여성적인 향'으로 치부되어 온 것이죠.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이러한 관습은 바뀌어야 합니다.

물론, 항상 그래왔던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수 천 년간 향수를 애용해왔지만, '남성적', '여성적'인 향으로 분류를 하게 된 것은 사실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1950년대, 60년대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본격화되었죠. 나아가 특정 향이 '남성'의 향인지 '여성'의 향인지는 지역마다 다르게 해석됩니다. 플로랄과 프루티 계열의 향이 매우 좋은 예시입니다. 서구에서는 장미나 자두 향 그 자체가 '여성적'인 향으로 여겨지는데 반해, 중동 지역에서는 이러한 향이 아랍 문화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남성용 프레그런스에 많이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많은 남성들에게 플로랄 그리고 프루티 계열의 향은, 주류 사회의 마케팅이 '여성 전용'이라는 테두리를 쳐둔 탓에 그저 충분히 노출되지 못한 향일뿐입니다. 그렇기에 다 똑같은 향을 풍기는 남성들 사이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러한 향을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며, 그뿐만 아니라 지평선에서부터 다가오는 여름날의 따뜻함에 걸맞은 완벽한 변화무쌍함을 선사합니다.

조 말론 런던의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코롱은 새로운 발견을 향한 여정의 멋진 출발점이 되어 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프루티 혹은 플로랄 계열의 향은 무조건 달콤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향이 그 선입견을 바꾸어 줄 거예요. 배와 멜론이 선사하는 깔끔하고 우아한 탑 노트를 신선하고 부드러운 프리지아, 장미 그리고 루바브의 향이 잡아주며 샤프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잘 어우러진 네롤리 또는 베르가못 향이 마치 이탈리아의 해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처럼,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역시 바로 영국의 한 과수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잔잔한 바람에 나무들이 살랑이는 오후의 햇볕 아래, 피크닉 돗자리를 펴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풍경이 떠오르죠. 기분을 밝고 즐겁게 해주는 이 향은, 또다시 복잡한 도시로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바쁜 아침 당신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 아닐까요.

플로랄 그리고 프루티 계열의 향의 매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긍정적이고 뭔가 즐거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죠. 데일리 향수로 완전한 플로랄 계열을 선택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면, 아침에 일어나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바디 앤 핸드워시를 사용하거나, 고된 하루 끝에 집에 돌아와서 같은 향의 캔들을 켜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거에요.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남자라면 이래야 한다 또는 이러한 향을 써야 한다는 말들은 잊어버리고, 플로랄 계열의 향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세요. 지금껏 발견하지 못했던, 당신 안에 내재된 더욱더 멋진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닉 카벨(Nick Carv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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